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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세이

스타벅스에 가면

architect.j 2019. 6. 12. 01:00

거기는 커피숍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문화공간인가요.

 

제법 커피 좀 마신다고 떠들어대면서, 으레 이런 질문들이 오갔을 터였다. 글쎄 스타벅스에 왜 가느냐고? 이번에는 스타벅스라는 것에 대해 한참이나 떠들어볼 요량이다.

 

 

'어쨌든 나는 스타벅스 커피가 최고요. 거 씁쓸하니 좋잖아.'

아, 그렇죠.

'그냥 눈에 자주 띄니까. 편하잖아요.'

역시, 그렇긴 하죠.

'텀블러. 텀블러 살 돈이면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으니까. 음료 바우처랑 텀블러 때문에 가요.'

그래, 그건 나도 가끔 어쩔 수가 없단 말이야.

 

스타벅스스타벅스스타벅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커피 좀 마신다고 하면 스타벅스가 좋냐 싫으냐, 그게 좋은 커피냐 아니냐로 나뉘어 싸우는 꼴을 자주 접하게 된다. 어쨌든 커피라는 음료는 적당한 수준이면 좋지만 과하면 좋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건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다만 마치 갓 어른이 된 어른이들 처럼, 이건 커피가 아니네 뭐네 해도 결국엔 스타벅스만큼 좋은 브랜딩과 마케팅 그리고 포지셔닝을 갖고 싶어서 사실 몰래몰래 스타벅스를 벤치마킹들 하고 있진 않으세요? 역시나 또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나요. 그랬다면 미안합니다.

 

 

나 역시 스타벅스를 제법 가는 편이다. 그러나 감히 그리고 자신 있게 스타벅스에 '커피'마시러 간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스타벅스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면,

 

현시대에 있어 가장 '전통적인 다방'과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까. 결국엔 티가 되었든 커피가 되었든 혹은 어떤 베리에이션 음료(variation beverage)가 되었든 우리는 음료를 마시러 간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그래도 스타벅스 커피를 찾으며 가긴 하지만 결국 스타벅스 매장 매출의 대다수가 베리에이션 음료라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전통적인 다방의 역할에 있어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주는 완벽에 가까운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인 이미지' 또한 한몫 단단히 작용하고 있다. 조금은 안락한 공간이랄까, 대체 무슨 노랜지 모르지만 괜스레 듣고 있으면 내가 우아하게 보일만한 재즈, 적당한 수준의 소음과 꽤 많은 돈을 들인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와 타 브랜드와 달리 적당히 비싸서 자주 가긴 그렇지만 그러자고 안 가자니 그깟 커피값인데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여, 누군가를 만날 때 자연스레 '스타벅스에나 가자'라는 말이 나오게 하다니. 대단하다. 스타벅스가 가진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며 자신만의 브랜딩을 전면에 내세워 자랑스레 카페를 운영할 수 있다면 어떨까. 모두들 그거, 꿈꾸고 있지 않나요? 어쨌든 대중들에게 가장 좋은 커피는 스타벅스입니다. 그것이 커피로서의 best인지, 음료로서의 best인지는 각자의 입장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커피는 뭐다? 기호식품이니까요. 일례로 소소한 간식거리에 있어 저는 문방구에서 파는 쫀듸기와 밭두렁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 취향이니까요. 

 

 

잠깐 해외의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홍콩에 있었던 그 짤막한 기간 동안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깃거리가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음료를 사 마실 돈으로 텀블러를 사서 음료 바우처로 음료+텀블러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환율을 고려해도 만 원 언저리면 베리에이션 음료 하나와 스타벅스의 텀블러 하나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돈이면 이 돈을 쓰는 게 나았다.

 

어? 갑자기 딴 길로 글이 새버린 것 같다구요? 아닙니다. 스타벅스스타벅스 하고서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결국 스타벅스의 커피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게 바로 요점입니다. 그곳의 커피 맛이 달다, 시다, 짜다, 쓰다 가 아니고, 그곳의 커피머신, 그라인더가 어디의 고가 제품이며 한정판이더라~ 가 아니고, 그곳의 바리스타가 무슨무슨 제대로 발음하기도 힘들고 외우기도 힘든 대회의 우승자 출신이더라~ 가 아니라요. 그렇다고 킨포크(kinfolk)에 우리 집 앞 드라이브 쓰루 스타벅스 매장이 실리진 않잖아요. 으흠, 그건 좀 그렇네. 가끔 동네 카페들 보면 킨포크에 실릴 기세로 인테리어를 해놓긴 하던데......

 

 

요전에 스타벅스는 커피 회사냐 아니냐로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유로 스타벅스를 논하며 커피 맛을 이야기 하진 않으니까, 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 입장입니다. 최근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 가서 탄자니아와 브라질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가 정말 목으로 넘기기도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 마셔보았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이었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말이죠. 다 마시고 나서 그 훌륭한 탄자니아와 브라질의 브랜딩과 이미지, 리플릿에 쓰인 마케팅 용어들을 훑어보고 감탄했지요. 하, 이런 디자인은 누구 솜씨 일까 하고서 말이죠. 정말이지 방금 마셔버린 사약 같은 커피 맛은 기억이 나질 않았어요. 그 테이크 아웃 컵을 쓰레기 통에 버리기 전까지 말이죠.

 

이미지를 파는 회사, 문화를 파는 회사, 스타벅스는 이미 여러 책에서 밝혔듯이 우리에게 다양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이 철저하게 관리하는 회사의 이미지는 업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우수 사례로 연구되고 회자되고 있지요? 스타벅스의 철저한 이미지 관리가 무섭다는 건, 뉴스 몇 개만 뒤적여봐도 알 수 있습니다.

 

 

커피는 누구라도 쉬이 소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 시간 시급에 가까운 가격이라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커피 한 잔이 독일의 고급 세단 차량과도 같은 가격은 아니니까 누구라도 왈가왈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그들 입장에서는 사람들에게 이미지가 각인되고 소비될수록 좋은 것 아닐까요? 또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도 스타벅스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꾸 회자되는 것' 줄 서서 먹는 맛집, 줄 서서 기다리는 집, 온갖 온라인 미디어에 해시태그가 붙어서 검색어 상위권에 꾸준히 노출되는 것. 아니라구요? (흥, 온라인 키워드 광고업체와 파워블로거들의 등쌀을 아직 덜 받으셨군요?!)

 

그렇다고 스타벅스의 카피캣이 되자! 라고 주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그들만의 브랜딩과 마케팅처럼 저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규모 자영업의 다양한 컨셉과 포트폴리오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대체 무슨 커피를 팔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에 서로가 당혹스러워지는 카페가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같이 공감하고 고민하니까요.

 

 

대한민국에서의 커피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또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1인 커피 소비량이 주 반찬인 김치를 넘어버린 시대, 하루에도 몇 개씩 카페가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 4차 산업으로 산업인력의 구조가 개편되고 자동화가 보편화된 마당에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는 아이러니한 한국의 커피산업 작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정보화되고 기계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사람에 의해, 아주 작은 변수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커피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니, 어딘지 조금 슬퍼지거나 우울해져도 됩니다. 충분히 그럴만해요.

 

 

어째 스타벅스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4차 산업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만, 오랜만에 업로드하는 이 글은 최근 '스타벅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와, 커피는 무조건 '스타벅스'가 최고다 라는 주장과, 또 한 번 망해서 사라지는 동네 카페를 바라보며 정리한 글입니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입니다. 당장에도 저도 전혀 연이 없는 홍콩까지 가서 스타벅스를 자연스럽게 들어가잖아요. 사람은 실패가 가져다주는 상실감에 꽤나 크게 상심하고야 마는 동물이니까요. 그래도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로 남아주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또 우리의 길을 갈 테니까요. 그리고 그게 커피컨셉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구요.

 

 

그럼 전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슈크림 라떼로 당 좀 보충하고 다음 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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