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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를 하자고 해놓고선 갑작스레 웬 킨포크(kinfolk) 타령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잘 알겠지만 여느 커피 이야기꾼하고 내가 다르다는 건 잘 알고 있을 거야.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9/10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거든. 지금 당신이 찾는 진짜 커피라는 걸 좇고자 한다면 수없이 많이 널린 커피 관련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 될 거야. 그들은 오늘도 치열하게 0.0001%를 추종하면서 살거든. 거짓말 아냐. 그전에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서 생각과 개념에 대해 그리고 자신만의 확고한 틀이라는 실마리를 잡는 일을 할 거야."

 

글의 시작이란 이런 거다. 맛보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생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한다며 메뉴랍시고 'kimchi-jjigae', 'bulgogi', 'bibimbap' 따위를 내밀고서 하나 골라봐, 하면 어떨까. 계속해서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물어올 테지. 아, 자꾸 길이 옆으로 가는 것 같군요. 정신 차립시다!

 

하이퍼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유행이 카페에도 불고 있습니다. 유행이라기엔 너무 늦어버린 감이... 어쨌거나 이러한 유행의 한 축에는 킨포크라는 걸 무시할 수 없겠죠. 바로 그 킨포크 말이에요. 눈누난나 직물로 짜인 피크닉 바구니를 챙겨 소스는 거의 뿌리지 않은 생 샐러드 도시락을 만들어 내어 미끈하게 빠진 픽시를 타고 슬렁슬렁 한강변으로 가자구요. 내리막과 사거리에선 조심하세요, 브레이크는 없거든요. 아,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 북유럽 감성이 넘실넘실, 한강물이 김포 언저리에 설치된 보(洑)를 넘을락 말락 하는군요.

 

어? 근데 카페라구요? 어디선가 주워온 듯한 나무판자, 고장 나서 버려버린 망가진 기타, 대체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휙 하니 던져놓으면 예술품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 근데 어쩐지 킨포크라고 해놓았지만 온갖 허례허식으로 점철된 가짜 같은 기분은 뭘까요. 앗, 정말로 킨포크 정신을 계승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 가치를 실현 중인 분들에겐 미안합니다. (정말로!)

 

올해에만 이 킨포크 스타일의 멋진 카페가 제 주변에 5개나 문을 닫았습니다. 나름 잘 운영이 되던 곳도 있었고 운영이 잘 되는 것처럼 보였던 곳도 있고, 운영 조차 힘겨워서 결국에는 조기종영을 한 곳도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해보았지만 결국 제가 운영하는 카페가 아니니 속 깊은 얘기를 알 턱이 없습니다. 몇몇인가는 온라인 미디어에 자신의 변을 토로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그들을 변호하며 마지막 추억거리를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대로 '더할 나위 없었다'로 자위하고 끝난지도 몰랐을 일입니다.

 

킨포크 이전에, 어쩌면 킨포크와 함께 우리 주변을 휩쓸었던 힙스터들을 떠올려 봅니다. 세상사 아무런 관심 없는(척) 그들만의 세상에서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 영화, 도서, 카페, 식당을 전전긍긍하며 뭉쳐댔던 그들. 혹여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 누군가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흥'하고서 싫증나버려서 또 다른 비주류를 찾고자 노력하던 그들. 직접 목격한 한 힙스터는 그 더운 여름날에 낑낑 거리며 픽시드 자전거로 신촌의 한 언덕을 올라와 자신만의 쿨(cool)함을 남들 앞에서 PT 하기도 했었죠. 땀으로 떡진 그녀의 앞머리가 조금 안쓰러워 보이긴 했지만 그마저도 힙스터의 열정으로 보인 나날이 있었습니다. 왜 나는 저런 쿨한 열정이 없을까 하고서 말이죠.

 

그나저나 모두들 어디 간 거죠? 역시 비주류를 선봉 하기에 메인스트림에 있는 제가 모르는 건가요? 아직 저는 메인스트림에 끼었다고 생각지 않는데 말이죠. 이랬던 저랬건, 힙스터의 역설적인 스타벅스 사랑이 끝나갈 무렵(막돼먹은 말로 이젠 개나 소나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 통에 도저히 스타벅스에 갈 마음이 안 생긴다, 라는 누군가의 외침 이후), 힙스터가 사랑하는 킨포크 카페가 폭발적으로 발생한 건 아니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힙스터들이 전부 카페 사장님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감성들을 보세요. 힙스터들이 추구하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무던하고 시크(chic)한 인테리어들. 분명 제가 찾던 그들이 맞습니다. 틀림없다구요.

 

그런데 어째 처음 몇 곳은 그럭저럭 인기를 끌었는데 나중 되니 이게, 그러니까 이게 더 이상 구분이 안 가는 겁니다. 오늘 음료를 주문한 이 곳이 어제의 그곳인지, 어제의 그곳이 3개월 전에 간 곳인지, 슬슬 분간이 안 되는 거죠. 이름이 뭔지도 모를 화분이 여기저기 놓여있다거나, 구시대 유물이 되어버린 이발소나 정미소 따위를 사들여서(사.. 들인 거 맞죠? 임대이려나) 이전에는 살아 숨쉬었을 공간과 현재의 숨 쉬는 카페의 공간을 뒤섞어 믹스 앤 매치라니! 어맛, 여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hashtag) 걸어줘야 해! #인생카페 #킨포크스탈 #셀카그램 #셀기꾼 #커피그램 #인생커피 #소통 #공감 #아이고 #세상에 #이게 #뭐라고

 

정말로요? 그러나 어째 킨포크와 관련된 기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가 접하는 그 '킨포크'와는 묘하게 다른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동아일보, 삶을 여유있게...'킨포크 라이프'가 뜬다 

 

[MAN]삶을 여유있게…‘킨포크 라이프’가 뜬다

‘여름의 자연은 두 팔을 활짝 벌려 우리더러 그 안으로 들어와 신비함을 만끽하자고 제안한다. 매미는 빛나는 저녁 쪽빛을 위해 맴맴 노래하고, 영롱한 아침에 재잘재잘 지저귀는 새들…

news.donga.com

 

 

 

- 크리베이트, 킨포크족, 이들은 누구?

 

[Report] 킨포크족, 이들은 누구? - Crevate

97%. 일어나자마자 이메일, 문자 메시지 또는 SNS를 확인하기 위해 침대에서 빠져 나오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찾는 우리나라 Y세대의 비율이다. 이처럼 요즘 More

www.crevate.com

 

 

- 조선비즈, '휘게'를 아시나요? 미국의 '킨포크', 일본의 '단샤리'에 이은 덴마크식 라이프 '휘게'열풍

 

[라이프] '휘게'를 아시나요? 미국의 '킨포크' 일본의 '단샤리'에 이은 덴마크식 라이프 '휘게' 열풍

행복 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은 ‘휘게’뜨게질로 옷 해입고, 가족 식사에서 촛불 밝히는 덴마크인‘웰빙'을 뜻하는 휘게 라이프는 소박한 가정식 행..

news.chosun.com

 

그리 좋아하는 언론사는 아니지만 지금의 킨포크와 단샤리 그리고 현재의 휘게를 관통하는 기사를 가장 적확하게 써낸 곳은 조선비즈군요.

 

크롭(crop)된 오브제(objet)에서 우리는 안식을 얻고, 자꾸만 인생을 크롭으로만 추종했던 것은 아닐까요. 킨포크의 철학이 허세다, 허구다, 껍데기다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저 역시 올해의 목표는 미니멀 라이프(!)로 정했을 만큼 킨포크나 시리얼, 메종 등의 잡지를 탐닉하며 하악하악 거린답니다. 덕분에 있어야 할 가구와 입어야 할 옷을 마구 버려버렸지만요.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아주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서 잠시나마 프리랜서 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땐 무조건 인기를 끌게 해주면 모든 일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였습니다. 검색어 상위를 며칠간 해주면 얼마, 얼마간의 트래픽을 끌어주면 얼마, 제품과 전혀 관련 없는 파워블로거들을 섭외해서 협찬을 해주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제가 다루는 제품을 걸치고 나옵니다. 이렇게도 돈이 벌리네, 라던 시절이네요. 마케팅이니 포지셔닝이니 브랜딩이니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그래도 곧잘 일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여태 살아남은 브랜드가 하나도 없음을 깨닫게 되자 찾아오는 공허함. 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해서, 왜 했을까 라는 질문이 오랫동안 남았었죠.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브랜딩'을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킨포크 혹은 미니멀리즘 - 그리고 포스트 킨포크가 될 여러 문화현상 들 - 에 가까운 컨셉으로 운영을 하는 카페를 보면 쉬이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묵묵히 그 가치과 철학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내가 몇 해가 지나 다시 찾았을 때, 늘 같은 감성과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고서 말이죠.

 

여기서 다루기에는 너무나 많은 주제가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계속해서 주창하는 대한민국에서의 자영업의 한계, 커피산업 -특히 여전히 대한민국 내에서 - 의 한계 같은 것들 말이죠. 커피산업에 있어서 킨포크 다음의 트렌드로 두레라던가 품앗이가 유행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 장문의 문단을 썼으나 지금 여기에 쓰기엔 너무 이르니 쓰지 않기로 한다...) 여러 가지 재밌는 실험이나 계획은 많은데 아직까지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이렇게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이루고 말겠죠.

 

그런 면에서 일요일 오후엔 또 다른 킨포크 식의 카페를 찾아 나섭니다. 저만의 단골집을 만들러 말이죠.

 

그나저나,

Do-rae / Pumashi 이러면 이상한가요?

 

+커피 보다는 브랜딩에 얽힌 이야기, 수필 식의 이야기라서 일부러 아무 이미지도 넣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오해를 살 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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